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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Tok 시리즈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이기는 구조

조회수는 순간이지만, 다음 편을 찾는 손은 구조다. 시리즈 콘텐츠가 세션 시간을 늘리는 메커니즘.

임보람··18분 읽기
TikTok 시리즈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이기는 구조

2024년 초, 한 TikTok 크리에이터가 50편이 넘는 시리즈를 올렸다. 한 편당 평균 10분, 총 누적 조회수 40억 회. 단일 바이럴 영상이 아니라 '시리즈 구조'가 만든 결과다. 같은 시기, 미국의 금융 교육 크리에이터 Humphrey Yang은 "돈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라는 시리즈로 1,200만 팔로워를 확보했고, 한국에서는 법률 지식 시리즈를 운영한 크리에이터가 단일 바이럴 없이 6개월 만에 100만 팔로워를 돌파했다.

이 현상들은 우연이 아니다. 플랫폼 알고리즘이 보상하는 구조를 정확히 설계한 결과다. 그리고 그 설계의 핵심에는 행동경제학, 정보이론, 플랫폼 경제학이 교차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의 성장이 정점에 가까워지면서, 크리에이터 간 경쟁은 '한 편의 바이럴'에서 '지속 가능한 시청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TikTok이 2024년 하반기부터 공식적으로 시리즈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이 전환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시리즈 콘텐츠가 알고리즘 최적화에서 우위를 점하는 구조적 원리를 분석하고, 그 이면의 이론적 기반을 짚는다.

현상: 조회수가 아니라 '세션'이 핵심 지표다

소셜 미디어에서 단일 영상 조회수는 바이럴의 결과물이다. 문제는 바이럴이 반복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Jonah Berger(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럴 콘텐츠는 높은 감정적 각성(high emotional arousal)을 전제로 하는데, 이 각성 수준을 매번 유지하는 것은 콘텐츠 생산자에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Berger & Milkman, 2012,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바이럴은 본질적으로 확률적 사건이다.

반면, 시리즈 콘텐츠는 반복 방문을 유도한다. 그리고 플랫폼이 진정으로 최적화하는 지표는 개별 영상의 조회수가 아니라 세션 시간(session duration)이다.

세션이란 사용자가 앱을 열고 닫기까지의 체류 시간을 뜻한다. TikTok의 알고리즘은 세션 시간을 늘리는 콘텐츠에 더 많은 노출을 부여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TikTok의 2024년 광고 매출은 약 350억 달러로 추정되며(eMarketer, 2024), 이 매출의 대부분은 인피드 광고에서 발생한다. 사용자가 앱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노출되는 광고 슬롯이 늘어나고, 플랫폼의 ARPU(사용자당 평균 매출)가 상승한다. 미국 사용자 기준 TikTok 일평균 체류 시간은 약 58분(data.ai, 2024)이며, 이는 Instagram(33분)이나 YouTube(48분)를 상회한다.

플랫폼 경제학의 관점에서,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인 TikTok은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려야 광고주 측의 네트워크 효과가 강화된다. Jean-Charles Rochet과 Jean Tirole(2003)이 정립한 양면 시장 이론에 따르면, 플랫폼은 한쪽 면(사용자)의 참여를 극대화하여 다른 쪽 면(광고주)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TikTok에서 세션 시간은 바로 이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side network effect)의 핵심 매개 변수다.

시리즈 콘텐츠는 이 세션 시간을 구조적으로 늘린다. 개별 영상의 품질이 아니라, 영상과 영상 사이의 연결 구조가 체류 시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는 콘텐츠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메커니즘: 시리즈가 세션을 늘리는 네 가지 원리

1. 호기심 분할 지급 (Curiosity Tranche): 정보 갭 이론의 응용

시리즈는 정보를 한 번에 주지 않는다. 매 편의 끝에서 다음 편으로의 긴장을 설계한다. 이것은 단순히 드라마의 클리프행어와 같은 서사 기법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George Loewenstein(카네기멜론 대학)이 1994년에 제안한 정보 갭 이론(Information Gap Theory)이 작동한다.

Loewenstein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의 간극을 인지할 때 심리적 불편감을 느끼며, 이 간극을 해소하려는 강한 동기가 발생한다. 이 동기는 물리적 갈증이나 배고픔과 유사한 수준의 자극으로 작용한다(Psychological Bulletin, 1994). 시리즈 콘텐츠는 이 정보 갭을 의도적으로 생성하고, 매 편에서 부분적으로만 해소한다.

여기서 핵심은 정보 갭의 크기 조절이다. 갭이 너무 크면 시청자는 "어차피 이해 못 할 것"이라며 포기한다. 갭이 너무 작으면 다음 편을 찾을 동기가 사라진다. Berlyne(1960)의 각성 이론(arousal theory)에서 설명하는 역U자형 호기심 곡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패턴이다. 최적의 호기심은 중간 수준의 불확실성에서 발생한다.

성공적인 시리즈 크리에이터들은 이 원리를 직관적으로 체화하고 있다. 매 편의 마지막 15초에서 "다음 편에서 이 데이터의 진짜 의미를 보여드리겠습니다"와 같은 예고를 넣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보 갭을 정밀하게 설정하는 행위다. 결론의 존재를 암시하되, 결론 자체는 유보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 편을 찾는 행위' 자체가 알고리즘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는 점이다. 프로필 방문, 영상 목록 탐색, 댓글에서 다음 편 링크 클릭, 영상 저장 -- 이 모든 행동이 engagement 신호로 집계된다. TikTok의 추천 알고리즘이 가장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신호 중 하나가 '영상 완주 후 동일 크리에이터의 다른 콘텐츠로의 전환'이라는 점은 여러 내부 문서 유출과 외부 분석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2. 댓글 기반 내비게이션: 사회적 상호작용의 구조적 전환

시리즈 콘텐츠에서 댓글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일반 콘텐츠에서 댓글은 반응이다. 시리즈에서 댓글은 내비게이션이다. 이 전환은 단순한 사용자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플랫폼 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축적 방식을 변경한다.

시청자가 "Part 3 어디 있어요?"라고 댓글을 다는 순간, 여러 가지 연쇄 반응이 동시에 발생한다. 해당 게시물의 댓글 수가 증가하고, 크리에이터의 답글이 이어지며, 다른 시청자가 링크나 순서를 알려주는 도움 댓글을 단다. 알고리즘은 이 상호작용 밀도를 높은 engagement로 해석한다.

이 현상은 Robert Putnam이 Bowling Alone(2000)에서 논한 사회적 자본의 두 유형 중 '연결형 사회적 자본'(bridging social capital)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 시리즈 시청자들은 동일한 서사 경험을 공유하면서 느슨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 공동체 내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댓글 섹션이 단순한 의견 표출 공간에서 협력적 정보 교환 공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댓글 구조가 사용자 생성 메타데이터(user-generated metadata)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TikTok의 콘텐츠 그래프(content graph)는 영상 간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댓글의 텍스트를 분석한다. "Part 1 먼저 보세요", "이 시리즈 순서: ..." 같은 댓글은 알고리즘에 영상 간 연결 구조를 직접 알려주는 신호가 된다. 크리에이터가 명시적으로 연결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이 댓글을 통해 콘텐츠 그래프를 자발적으로 구축하는 셈이다.

이 과정은 Clay Shirky가 Here Comes Everybody(2008)에서 설명한 '조직 없는 조직화'(organizing without organizations)의 미시적 사례이기도 하다. 별도의 조율 없이,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 큐레이션과 내비게이션 기능을 수행한다.

3. 반복 방문 습관 형성: 행동경제학의 습관 루프

바이럴은 한 번 보고 끝이다. 시리즈는 사용자를 다시 데려온다. "다음 편 나왔을까?"라는 질문이 앱을 다시 여는 이유가 된다. 이것은 Nir Eyal이 Hooked(2014)에서 제시한 습관 형성 모델(Hook Model)의 네 단계 -- 트리거, 행동, 가변적 보상, 투자 -- 와 정확히 일치한다.

시리즈 콘텐츠에서 이 루프는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 트리거(Trigger): 이전 편의 미완결 정보가 내적 트리거가 된다. 외적 트리거로는 알림, 팔로잉 피드의 새 영상 노출이 작동한다.
  • 행동(Action): 앱을 열고, 크리에이터의 프로필을 방문하거나, 피드에서 새 영상을 탐색한다.
  • 가변적 보상(Variable Reward): 새 편이 올라와 있을 수도 있고, 아직 없을 수도 있다. 이 불확실성이 보상의 가변성을 만든다. B.F. Skinner의 변동 비율 강화 계획(variable ratio reinforcement schedule)에 따르면, 가변적 보상은 고정적 보상보다 훨씬 강력한 행동 반복을 유도한다.
  • 투자(Investment): 시청자는 이미 이전 편을 시청한 시간과 인지적 노력을 투자했다. 이 매몰 비용(sunk cost)이 시리즈를 중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Daniel Kahneman과 Amos Tversky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 1979)에서 설명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편향이 여기서 작동한다. 이미 투자한 시청 시간을 '잃고 싶지 않은' 심리가 다음 편 시청을 촉진한다.

플랫폼 입장에서 DAU(일일 활성 사용자)와 리텐션은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지표다. 투자자와 분석가가 플랫폼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수치가 DAU/MAU 비율과 리텐션 커브다. 시리즈 콘텐츠는 이 두 지표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이는 플랫폼이 시리즈 콘텐츠를 알고리즘적으로 우대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4. 인지 부하 감소와 선택 비용의 절감

시리즈 콘텐츠가 알고리즘에서 유리한 네 번째 이유는 덜 논의되지만 중요하다. 바로 인지 부하(cognitive load)의 감소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에서 사용자는 매 영상이 끝날 때마다 '다음에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미시적 의사결정을 내린다. Barry Schwartz가 The Paradox of Choice(2004)에서 논증한 바와 같이, 선택지가 과도하면 오히려 만족도가 낮아지고, 최악의 경우 선택 자체를 포기한다(choice overload). TikTok의 무한 스크롤 피드는 본질적으로 이 선택 과부하를 내포하고 있다.

시리즈 콘텐츠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 시청자는 '다음에 무엇을 볼까'를 고민할 필요 없이, 이미 결정된 다음 편으로 이동한다. 의사결정 비용이 사실상 제로가 되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마찰(friction)을 제거하고, 세션 이탈률을 낮추는 효과를 가진다.

Herbert Simon(1955)이 제안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모델에서 보면, 인간은 최적의 선택이 아니라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을 추구한다(satisficing). 시리즈의 다음 편은 탐색 비용 없이 즉시 접근 가능한 '충분히 만족스러운' 콘텐츠로 기능한다. 이 구조는 Netflix가 자동 재생(autoplay)과 에피소드 구조로 시청 시간을 극대화하는 전략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Netflix의 2023년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에피소드형 콘텐츠의 시청 완료율은 단편 콘텐츠 대비 2.4배 높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이론적 메커니즘을 넘어, 실증 데이터를 살펴보자.

2024년 1분기, TikTok에서 10편 이상의 시리즈를 운영한 크리에이터의 평균 팔로워 증가율은 시리즈를 운영하지 않은 크리에이터 대비 약 3.2배 높았다는 외부 분석 데이터가 있다(CreatorIQ, 2024). 더 의미 있는 지표는 평균 시청 시간이다. 시리즈 콘텐츠의 평균 시청 완료율은 단일 콘텐츠 대비 1.7배 높았다.

추가적인 데이터 포인트를 종합하면 패턴이 더 선명해진다.

  • 세션 깊이(Session Depth): 시리즈 콘텐츠를 시청한 사용자의 평균 세션 내 영상 시청 수는 12.3개로, 비시리즈 사용자(7.8개) 대비 58% 높다(Social Insider, 2024).
  • 프로필 방문율: 시리즈 영상에서 크리에이터 프로필로 이동하는 비율은 평균 8.4%로, 단일 영상(2.1%) 대비 4배 이상 높다. 이는 알고리즘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engagement 신호 중 하나다.
  • 팔로우 전환율: 시리즈를 3편 이상 시청한 사용자의 팔로우 전환율은 11.2%로, 단일 영상 시청자(3.7%)의 약 3배에 달한다.
  • 재방문 주기: 시리즈를 정기적으로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의 구독자 재방문 주기는 평균 1.8일로, 비시리즈 크리에이터(4.3일) 대비 2.4배 짧다.

이 데이터들이 말하는 것은 일관적이다. 시리즈 콘텐츠는 조회수라는 단일 지표가 아니라, 세션 시간, 프로필 방문, 팔로우 전환, 재방문이라는 복합 지표에서 체계적으로 우위를 보인다. 알고리즘이 시리즈를 '더 좋은 콘텐츠'로 판단한다는 간접적 증거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 데이터는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니다. 시리즈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가 원래 콘텐츠 기획 능력이 뛰어났을 수 있고(자기 선택 편향), 시리즈 운영이 결과가 아니라 원인의 지표일 수 있다. 그러나 동일 크리에이터가 단일 콘텐츠에서 시리즈로 전환한 사례에서도 유사한 성과 향상이 관찰된다는 점은 구조적 효과의 존재를 시사한다.

플랫폼의 구조적 인센티브: 왜 TikTok은 시리즈를 밀어주는가

개별 크리에이터의 전략을 넘어, 플랫폼 차원에서 시리즈 콘텐츠를 우대하는 구조적 인센티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광고 단가 최적화. TikTok의 CPM(1,000회 노출당 비용)은 세션 깊이가 깊은 사용자에게서 더 높게 책정된다. 이는 해당 사용자가 앱에 몰입한 상태이므로, 광고에 대한 주의력(attention)이 더 높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Tim Hwang이 Subprime Attention Crisis(2020)에서 지적한 디지털 광고의 주의력 품질(attention quality) 문제에서, 시리즈 시청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주의력 품질을 제공한다.

둘째, 콘텐츠 공급 안정성. 플랫폼은 예측 가능한 콘텐츠 공급을 선호한다. 바이럴에 의존하는 크리에이터는 공급이 불규칙하다. 반면 시리즈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는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며, 이는 플랫폼의 콘텐츠 인벤토리 관리를 안정화한다. Albert Hirschman의 Exit, Voice, and Loyalty(1970)의 프레임으로 보면, 시리즈는 크리에이터의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loyalty)를 높이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시리즈 중간에 플랫폼을 이동하면 시청자 기반을 잃게 되므로,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상승한다.

셋째, 사용자 예측 가능성. 시리즈 시청자의 행동 패턴은 비시리즈 시청자보다 예측 가능하다. 이는 TikTok의 추천 알고리즘이 해당 사용자의 관심사를 더 정확하게 모델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추천 정확도가 높아지면 사용자 만족도가 올라가고, 이는 다시 체류 시간 증가로 이어진다. 양의 피드백 루프(positive feedback loop)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인센티브가 수렴하면, 플랫폼은 알고리즘의 가중치를 시리즈에 유리하게 조정할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된다. TikTok이 2024년 하반기에 공식 시리즈 기능(Series), 에피소드 라벨링, 시리즈 전용 피드를 도입한 것은 이 인센티브 구조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반론과 한계: 시리즈가 만능은 아니다

분석의 균형을 위해 시리즈 전략의 한계와 반론을 명확히 짚어야 한다.

첫째, 콘텐츠 유형에 따른 적합성 차이. 시리즈 구조는 정보형 콘텐츠(교육, 분석, 리뷰,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단발성 유머, 트렌드 챌린지, 리액션 영상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서는 시리즈 구조의 이점이 크게 줄어든다. 이 유형의 콘텐츠는 감정적 즉시성(emotional immediacy)이 핵심 가치이므로, 정보 갭 기반의 지연된 보상 구조와 맞지 않는다.

둘째, 초기 임계값의 문제. 시리즈의 효과가 발현되려면 최소 3~5편 이상의 누적이 필요하다. 이 초기 단계에서는 단일 콘텐츠 대비 성과가 오히려 낮을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이 '인내의 구간'을 버틸 수 있는 전략적 확신과 자원이 필요하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야기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과 유사한 구조다.

셋째, 알고리즘 의존성 리스크. 플랫폼 알고리즘은 변한다. 현재 시리즈에 유리한 가중치가 향후에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2022~2023년에 TikTok이 긴 영상(10분+)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다가 다시 조정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특정 알고리즘 특성에 과도하게 최적화하는 전략은 플랫폼 정책 변경에 취약하다.

넷째, 품질 희석의 위험. 시리즈를 위해 시리즈를 만드는 경우, 하나의 영상으로 충분한 내용을 억지로 분할하면서 개별 편의 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 시청자는 이를 빠르게 감지하며, "늘어뜨리기"에 대한 부정적 댓글은 시리즈의 engagement 신호를 오히려 악화시킨다. 시리즈의 분할 지점은 콘텐츠의 자연스러운 구조에서 도출되어야 하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다섯째, 플랫폼 간 차이. 이 분석은 주로 TikTok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YouTube Shorts, Instagram Reels, 네이버 클립 등 다른 숏폼 플랫폼에서의 작동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각 플랫폼의 알고리즘 가중치, 사용자 행동 패턴, 콘텐츠 소비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YouTube Shorts는 모회사인 YouTube의 장편 콘텐츠 생태계와 연결되어 있어, 시리즈의 역할이 TikTok과는 다른 맥락에서 작동한다.

시사점: 과정을 설계하라

이 분석이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결과(조회수)가 아니라 과정(사용자 행동 패턴)을 설계해야 한다.

이는 마케팅에서 오래된 통찰의 새로운 버전이다. Peter Drucker가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결과를 산다"고 말했듯, 알고리즘도 개별 콘텐츠가 아니라 사용자 행동 패턴을 산다. 크리에이터가 설계해야 할 것은 '좋은 영상'이 아니라 '좋은 시청 여정'이다.

구체적인 실행 프레임워크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콘텐츠 아키텍처 설계. 단일 콘텐츠를 기획하기 전에, 시리즈의 전체 아크(arc)를 먼저 설계한다.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을 설정하고, 매 편이 그 질문의 일부를 답하면서 새로운 하위 질문을 생성하는 구조를 잡는다. TV 드라마의 시즌 플래닝과 동일한 접근이다.

2단계: 정보 갭의 정밀 설계. 매 편의 끝에 명확한 '미완결 지점'을 설계한다. 이 지점은 시청자가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느끼게 만들되, "이건 낚시네"라고 느끼지 않을 수준이어야 한다. 핵심은 각 편이 독립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심는 것이다. 매 편이 '챕터'이지 '티저'가 아니어야 한다.

3단계: 댓글 생태계 육성. 댓글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한다. 영상 내에서 "댓글에 지금까지의 시리즈 순서를 고정 댓글로 달아놓았습니다"와 같은 안내가 효과적이다. 시청자 간 도움 문화가 형성되면, 이는 자기 강화적인 engagement 루프가 된다.

4단계: 정기적 업로드 리듬 확립. 정기적 업로드 스케줄로 반복 방문 습관을 만든다. 최적의 주기는 카테고리에 따라 다르지만, 주 2~3회가 정보형 시리즈에서 가장 효과적이라는 실무적 합의가 있다. 이 리듬이 시청자의 기대 패턴과 앱 사용 습관에 동기화될 때, 리텐션 효과가 극대화된다.

5단계: 데이터 기반 반복 최적화. 시리즈의 각 편에서 시청 완료율, 다음 편 전환율, 프로필 방문율을 모니터링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 갭의 크기, 편 길이, 주제 깊이를 조정한다. 이 반복적 최적화 과정이 시리즈 전략의 핵심이다.

더 넓은 맥락: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전환

시리즈 콘텐츠의 부상은 TikTok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관찰되는 구조적 전환의 일부다.

넷플릭스가 2013년 House of Cards를 전 에피소드 동시 공개하며 '빈지 워칭'(binge watching) 문화를 만든 이후, 에피소드 구조는 모든 콘텐츠 매체에서 체류 시간 극대화의 표준 전략이 되었다. 팟캐스트는 시즌제로 전환했고, 뉴스레터는 연재형 시리즈를 도입했으며, 이제 숏폼 비디오도 동일한 경로를 밟고 있다.

이 전환의 근본 원인은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에서 주의력의 단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Herbert Simon(1971)이 "정보의 풍요는 주의력의 빈곤을 낳는다"고 예측한 이래, 주의력은 점점 더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 그리고 이 희소한 자원을 확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한 번에 많이 얻기'에서 '여러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얻기'로 전환되고 있다. 시리즈 콘텐츠는 이 전환의 최전선에 있다.

마케터와 브랜드에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단발성 캠페인 영상이 아니라, 시청자가 반복 방문하는 콘텐츠 자산(content asset)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미디어 전략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한다.

한계

이 분석은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데이터, 플랫폼의 공개 정보, 학술 연구의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TikTok의 내부 알고리즘 가중치는 비공개이며, 지역, 카테고리, 시기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인용된 외부 분석 데이터는 방법론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자기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의 완전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여기서 논의한 행동경제학적 메커니즘은 개별 수준의 실험이 아니라 집단 수준의 관찰에 기반한 추론이므로, 인과적 주장으로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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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rlyne, D. E. (1960). Conflict, Arousal, and Curiosity. McGraw-Hill.
  • Eyal, N. (2014). Hooked: How to Build Habit-Forming Products. Portfolio.
  • Hirschman, A. O. (1970). Exit, Voice, and Loyalty. Harvard University Press.
  • Hwang, T. (2020). Subprime Attention Crisis. FSG Origi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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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chet, J.-C., & Tirole, J. (2003). Platform competition in two-sided markets. Journal of the European Economic Association, 1(4), 99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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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mon, H. A. (1971). Designing organizations for an information-rich world. In M. Greenberger (Ed.), Computers, Communications, and the Public Interest.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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