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중반, TikTok 라이브에서 이상한 현상이 등장했다. 크리에이터 핑키돌(PinkyDoll)이 게임 NPC(Non-Player Character)처럼 행동하는 방송이 수백만 시청자를 끌어모은 것이다. 시청자가 가상 선물(아이스크림, 장미 등)을 보내면, 핑키돌은 정해진 대사와 동작으로 반응한다. "Ice cream so good", "Gang gang", "Yes yes yes."
반복적이고, 단순하고, 의미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라이브의 시청자 수와 수익은 일반 라이브 방송의 수십 배를 기록했다. 핑키돌은 이 포맷으로 하루에 수천 달러를 벌었고, 주류 미디어의 조명을 받았으며, 수많은 후속 크리에이터를 탄생시켰다.
표면적으로 NPC 스트리밍은 기이한 인터넷 문화의 또 다른 사례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간 심리의 근본적 메커니즘과 플랫폼 경제학의 구조적 인센티브가 정밀하게 맞물려 있다. 핵심은 사용자에게 버튼(agency)을 주면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는 메커니즘이다. 이 글에서는 이 메커니즘을 인지심리학, 게임 디자인 이론, 행동경제학, 그리고 플랫폼 경제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현상: 보는 것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콘텐츠 소비는 수동적이다. 영상을 틀어놓고 본다. 반응 여부는 시청자의 선택이다. 대부분은 반응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 '수동적 소비(passive consumption)' 모델은 텔레비전 시대부터 이어져 온 미디어 소비의 기본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수동적 소비는 engagement의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시청자가 콘텐츠에 투자(investment)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탈의 비용이 제로다. 재미없으면 스크롤하면 된다. 이것이 소셜 미디어에서 평균 콘텐츠 체류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은 구조적 이유다. Facebook의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피드의 개별 콘텐츠에 대한 평균 관여 시간은 약 1.7초에 불과하다.
NPC 스트리밍은 이 구조를 뒤집는다. 시청자가 입력(선물)을 하면 스트리머가 출력(반응)을 한다. 시청자는 관객이 아니라 조종자가 된다. 이 전환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이 전환은 미디어 이론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다. Marshall McLuhan의 유명한 구분을 활용하면, 전통적 미디어 소비는 '차가운 미디어(cool media)'의 특성을 갖지만 NPC 스트리밍은 '뜨거운 미디어(hot media)'의 극단적 형태다. 시청자의 참여가 콘텐츠의 전개를 실시간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Janet Murray가 Hamlet on the Holodeck(1997)에서 예측한 '인터랙티브 내러티브(interactive narrative)'의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가장 순수한 형태가 NPC 스트리밍에서 실현된 것이다.
게임 연구(game studies)의 관점에서 보면, NPC 스트리밍은 '라이브 스트리밍'과 '비디오 게임'의 하이브리드다. Jesper Juul이 Half-Real(2005)에서 정의한 게임의 핵심 요소들 -- 규칙(선물을 보내면 특정 반응이 나옴), 가변적 결과(어떤 반응이 나올지 완전히 예측 불가), 플레이어의 노력(선물 보내기), 결과에 대한 감정적 투자 -- 이 NPC 스트리밍에 모두 존재한다. 시청자는 무의식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메커니즘: 버튼이 체류 시간을 늘리는 심리학적 원리
원리 1: 행위 주체감(Agency) → 몰입 증가
심리학에서 행위 주체감이란 '내 행동이 결과를 만든다'는 느낌이다. Albert Bandura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이론(1977)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개념이다. Bandura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낄 때 더 높은 동기와 만족을 경험한다. 반대로, 행동과 결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 발생한다(Seligman, 1975).
게임이 중독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행위 주체감이다.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반응한다. 이 입력-출력의 즉각적 연결이 게임 몰입의 핵심 요소다. Mihaly Csikszentmihalyi의 '몰입(flow)' 이론(1990)에서도, 몰입 상태의 핵심 조건 중 하나가 '명확한 피드백(clear feedback)'이다. 자신의 행동이 즉시 결과로 이어질 때, 사람은 시간 감각을 잃고 활동에 완전히 몰입한다.
NPC 스트리밍은 이 게임 메커니즘을 라이브 방송에 이식한 것이다. 시청자가 아이스크림 선물을 보내면, 핑키돌이 즉시 "Ice cream so good"이라고 반응한다. 이 즉각적 피드백이 행위 주체감을 만든다. 행위 주체감이 높을수록 콘텐츠에서 이탈할 확률이 낮아진다. 왜냐하면 이탈은 '나의 영향력이 미치는 세계를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NPC 스트리밍에서의 행위 주체감이 '실체적 통제(actual control)'가 아닌 '인지된 통제(perceived control)'라는 점이다. 시청자가 실제로 스트리머를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스트리머는 자신의 의지로 반응하는 것이며, 반응의 레퍼토리도 사전에 정해져 있다. 그러나 입력-출력의 즉각적 연결이 '통제하고 있다'는 인지적 인상(cognitive impression)을 만든다. Ellen Langer(1975)가 발견한 '통제의 환각(illusion of control)' 현상이 여기서도 작동한다.
원리 2: 가변 보상(Variable Reward) → 반복 행동 루프
핑키돌의 반응은 대부분 예측 가능하다. 아이스크림 → "Ice cream so good", 장미 → "Yes yes yes." 하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온다. 여러 선물이 동시에 들어올 때의 과부하 반응, 새로운 대사의 즉흥적 등장, 표정과 동작의 미묘한 변주. 이 '가끔의 변주'가 가변 보상이다.
가변 보상의 심리학적 기반은 B.F. Skinner의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연구(1953)에서 확립되었다. Skinner의 비둘기 실험에서, 가변 비율 강화 계획(variable-ratio reinforcement schedule) -- 보상이 나오는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조건 -- 이 가장 높은 반응률과 가장 낮은 소거율(extinction rate)을 보였다. 슬롯머신, 소셜 미디어의 새로고침, 그리고 NPC 스트리밍이 모두 이 원리에 기반한다.
Nir Eyal의 Hooked(2014) 모델로 더 정밀하게 분석하면, NPC 스트리밍은 네 단계의 '습관 고리(Hook)'를 완벽히 구현한다: (1) 트리거(Trigger): 다른 시청자가 선물을 보내고 반응을 받는 장면이 '외적 트리거'가 되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내적 트리거'가 된다. (2) 행동(Action): 선물 보내기(극도로 낮은 행동 비용). (3) 가변 보상(Variable Reward): 대부분 예측 가능한 반응이지만, 가끔 예상 밖의 반응. (4) 투자(Investment): 이미 보낸 선물의 비용이 매몰 비용(sunk cost)으로 작용하여 추가 참여를 유도.
이 가변 보상 루프는 체류 시간을 극적으로 늘린다. 시청자는 "한 번만 더"를 반복한다. 이 "한 번만 더" 현상은 행동경제학에서 '현재 편향(present bias)'과 '계획의 오류(planning fallacy)'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한 번만 더 보내면 특별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현재 편향에 의해 과대 평가되고,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계획은 반복적으로 위반된다.
원리 3: 사회적 실험 심리 → 공유 유도
NPC 스트리밍을 보는 사람들은 "이게 뭐지?"라는 반응과 함께 "여러 선물을 동시에 보내면 어떻게 될까?"를 실험하고 싶어한다. 이 실험 심리가 참여를 늘리고, 실험 결과를 기록한 클립이 별도의 콘텐츠로 유통된다.
이 '실험 심리'는 George Loewenstein(1994)이 정의한 '정보 갭 이론(information gap theory)'으로 설명된다. Loewenstein에 따르면, 호기심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한다. NPC 스트리밍에서, 시청자는 기본적인 입력-출력 패턴을 알고 있지만, 극단적 입력(대량의 동시 선물, 특이한 선물 조합)에 대한 출력은 알지 못한다. 이 정보 갭이 실험 행동을 유도한다.
더 나아가, 이 실험 행동은 '사회적 차원'을 갖는다. NPC 라이브 방송의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은 서로 협력하여 실험을 수행한다. "다 같이 동시에 아이스크림 보내자!", "이번엔 장미 100개 보내보자!" 같은 협력적 실험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게임 연구에서 '창발적 게임플레이(emergent gameplay)' --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에서 자발적으로 등장하는 플레이 패턴 -- 의 전형적 사례다.
라이브 방송에서 잘라낸 클립 → TikTok 숏폼 → 또 다른 시청자 유입. 이 루프가 NPC 스트리밍의 바이럴 구조다. 이 루프에서 핵심적인 것은, 파생 콘텐츠(클립)가 원본 콘텐츠(라이브)에 대한 '예고편(trailer)'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클립을 본 사용자는 "이 다음에 어떻게 되었을까?", "나도 직접 해보고 싶다"는 동기로 라이브에 접속한다.
원리 4: 매몰 비용 효과 → 이탈 방지
NPC 스트리밍에서 시청자가 선물을 보내는 행위는 금전적 비용을 수반한다. TikTok의 가상 선물은 코인으로 구매하며, 코인은 실제 화폐로 결제한다. 이 금전적 투자가 '매몰 비용(sunk cost)'으로 작용하여 이탈을 방지한다.
행동경제학에서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는 이미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비합리적으로 추가 투자를 계속하는 현상을 말한다(Arkes & Blumer, 1985). NPC 스트리밍에서, 이미 선물을 보낸 시청자는 "여기서 떠나면 이미 쓴 돈이 아깝다"는 무의식적 계산에 의해 체류를 지속한다. 이것은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또한 선물을 보낸 시청자는 채팅창에서 자신의 닉네임이 표시되므로, 사회적 가시성(social visibility)이 부여된다. 이 가시성은 '인정(recognition)'이라는 추가적 보상을 제공하여, 더 많은 선물을 보내는 동기를 강화한다. Maslow의 욕구 위계에서 '존중 욕구(esteem needs)'에 해당하는 이 동기는, 금전적 비용을 초과하는 심리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플랫폼이 이 구조를 보상하는 이유: 경제학적 분석
TikTok 라이브의 수익 모델은 가상 선물이다. 시청자가 선물을 보내면, 플랫폼이 수수료(약 50-70%)를 가져간다. NPC 스트리밍은 선물 전송 빈도를 폭발적으로 높인다. 일반 라이브에서 선물은 간헐적이지만, NPC 라이브에서 선물은 지속적이다. 선물이 콘텐츠의 '연료'이기 때문이다. 선물이 없으면 스트리머는 반응하지 않고, 콘텐츠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것은 시청자의 금전적 참여를 콘텐츠의 진행에 필수적인 요소로 만든 구조적 혁신이다.
플랫폼 입장에서 NPC 스트리밍은 이상적인 콘텐츠다. 체류 시간이 길고, 수익이 높고, 파생 콘텐츠가 많다. 이 세 가지는 플랫폼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KPI다.
Jean Tirole과 Jean-Charles Rochet의 양면 시장(two-sided market) 이론(2003)으로 분석하면, TikTok 라이브는 크리에이터(공급자)와 시청자(소비자)를 연결하는 양면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가치는 양면의 참여 규모에 비례한다. NPC 스트리밍은 양면의 참여를 동시에 극대화한다: 크리에이터는 높은 수익을 얻고, 시청자는 높은 참여감을 얻고, 플랫폼은 수수료와 체류 시간을 얻는다.
알고리즘이 NPC 라이브를 추천 상단에 올리는 것은 이 경제적 논리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좋은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에 가치 있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물론 이 둘이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는다. NPC 스트리밍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 극대화'와 '플랫폼의 수익 극대화'가 동시에 달성되는 드문 콘텐츠 유형이다.
이것은 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테제의 플랫폼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수익을, 시청자는 자신의 재미를, 플랫폼은 자신의 KPI를 추구하지만, 이 세 주체의 이기적 행동이 결합되어 NPC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장르를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낸 것이다.
역사적 맥락: 인터랙티브 미디어의 계보
NPC 스트리밍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의 긴 계보 위에 있다.
1950년대 TV 프로그램 'Name That Tune'과 같은 시청자 참여형 쇼가 초기 형태였다. 1990년대의 'Tamagotchi(다마고치)'는 사용자에게 가상 생명체를 '돌보는' 행위 주체감을 부여했다. 2000년대의 'Second Life'는 온라인에서 사용자가 아바타를 통해 세계를 구축하고 상호작용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2014년의 'Twitch Plays Pokemon' -- 수만 명의 시청자가 채팅으로 동시에 게임 명령을 입력하여 포켓몬 게임을 진행한 실험 -- 은 NPC 스트리밍의 직접적 전조였다.
이 계보에서 관찰되는 일관된 추세는, 시청자에게 부여되는 '행위 주체감의 수준'이 점진적으로 높아져 왔다는 것이다. 전화 투표(낮은 행위 주체감) → 가상 생명체 돌봄(중간 행위 주체감) → 가상 세계 구축(높은 행위 주체감) → 실시간 인간 반응 조종(최상의 행위 주체감). NPC 스트리밍이 이 계보의 최신 진화인 이유는, 조종의 대상이 가상 캐릭터가 아닌 실제 인간이라는 점에서 행위 주체감의 강도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반론 및 대안적 시각
이 분석에 대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반론이 있다.
반론 1: NPC 스트리밍은 착취적(exploitative)이다
가장 심각한 비판이다. 시청자의 심리적 취약점(행위 주체감 욕구, 가변 보상 민감성, 매몰 비용 오류)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금전적 지출을 유도하는 것은, 도박 산업의 메커니즘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Natasha Dow Schull의 Addiction by Design(2012)이 슬롯머신 산업에 대해 분석한 것과 같은 비판이 NPC 스트리밍에도 적용된다: 사용자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 동시에 과도한 지출을 유도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이 비판은 특히 미성년자 시청자에게 적용될 때 더 심각해진다. TikTok의 사용자 연령 분포를 고려하면, NPC 라이브의 시청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은 가변 보상과 매몰 비용의 심리적 효과에 더 취약하다.
반론 2: NPC 스트리밍은 일시적 유행이다
모든 인터넷 트렌드가 그렇듯, NPC 스트리밍도 신기함이 사라지면 쇠퇴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 비판에는 일리가 있다. NPC 스트리밍의 '신기함 효과(novelty effect)'가 체류 시간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며, 이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 2023년 하반기에 최고조에 달했던 NPC 스트리밍에 대한 관심은 2024년에 이미 상당히 감소했다.
그러나 NPC 스트리밍이 개척한 '인터랙티브 라이브 콘텐츠'의 원리 자체는 일시적이지 않다. 형태는 변할 수 있지만, '시청자에게 행위 주체감을 부여하면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는 원리는 구조적이다. NPC 스트리밍 이후에도, 이 원리를 다른 형태로 구현한 새로운 콘텐츠 포맷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반론 3: 이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서비스'다
NPC 스트리밍을 전통적 의미의 '콘텐츠(content)'로 분류할 수 있는가? 콘텐츠는 통상적으로 '사전에 제작된 정보나 오락물'을 의미한다. NPC 스트리밍은 제작(production)이 아닌 수행(performance)이며, 정보(information)가 아닌 상호작용(interaction)이다. 이것은 오히려 '서비스(service)'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스트리머가 제공하는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반응 서비스'이며, 시청자가 지불하는 것은 콘텐츠 소비의 대가가 아니라 서비스 이용의 대가다.
이 구분은 학술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NPC 스트리밍을 '콘텐츠 전략'의 프레임으로 보면 '제작 품질'이 중요해지지만, '서비스 전략'의 프레임으로 보면 '반응성(responsiveness)'과 '일관성(consistency)'이 중요해진다.
반론 4: 크리에이터의 정신 건강 문제
NPC 스트리밍은 크리에이터에게 극도로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퍼포먼스를 요구한다. 몇 시간 동안 동일한 대사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핑키돌 본인도 인터뷰에서 NPC 스트리밍의 소모적 특성을 언급한 바 있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크리에이터의 건강에도 달려 있으며, 이 측면은 플랫폼과 업계 전반의 과제다.
시사점: 실무를 위한 프레임워크
이 분석에서 도출한 시사점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수동적 콘텐츠보다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체류 시간에서 우위다(Interactivity Drives Dwell Time).
사용자에게 '할 수 있는 것'을 주면 이탈률이 낮아진다. 투표, Q&A, 실시간 반응, 선택지 제공 등 입력-출력 구조를 설계하라. 이 원칙은 NPC 스트리밍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투표 스티커, 유튜브의 실시간 채팅, 뉴스레터의 CTA 버튼 등 모든 형태의 인터랙티브 요소가 같은 원리에 기반한다.
구체적인 실행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기존 콘텐츠의 '수동 소비 지점(passive consumption points)'을 식별하고, 각 지점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삽입하라. 예를 들어, 긴 영상의 중간에 "다음에 무엇을 알고 싶으세요?" 투표를 넣거나, 아티클의 특정 구간에 "이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반응 버튼을 넣는 것이다.
둘째, 즉각적 피드백이 핵심이다(Immediacy is Key).
사용자의 행동과 결과 사이의 시간 간격이 짧을수록 행위 주체감이 높아진다. Csikszentmihalyi의 몰입 이론이 강조하듯, 즉각적 피드백은 몰입의 필수 조건이다. 댓글에 빠르게 답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사용자가 댓글을 달고 1시간 후에 답을 받는 것과 10초 후에 답을 받는 것의 경험적 차이는 비용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
이 원칙의 실무적 적용: 자동 반응 시스템(챗봇, 자동 답글)을 '인간적 응답의 대체'가 아닌 '응답 속도의 확보'로 활용하라. 즉각적 자동 반응 후 인간적 후속 응답을 제공하는 이중 구조가 효과적이다.
셋째, 콘텐츠의 '장르'는 계속 변한다(Formats Evolve Continuously).
NPC 스트리밍은 2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장르다. 플랫폼의 기능(라이브, 선물, 듀엣)이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만든다. 기존 형식에 갇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Brian Arthur(2009)가 The Nature of Technology에서 설명하듯, 기술 혁신은 기존 기술의 '재조합(recombination)'에서 발생한다. NPC 스트리밍은 '라이브 방송' + '가상 선물' + '게임적 반응 패턴'의 재조합이다. 다음의 새로운 콘텐츠 장르도 기존 기능의 새로운 조합에서 나올 것이다.
기업과 크리에이터에게 권하는 것은, 플랫폼의 새로운 기능이 출시될 때마다 "이 기능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면 어떤 콘텐츠가 가능한가?"를 체계적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실험은 실패하지만, 성공한 실험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
넷째, 윤리적 경계를 인식하라(Recognize Ethical Boundaries).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효과가 강력할수록, 그 효과의 윤리적 함의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사용자의 심리적 취약점을 활용하여 과도한 지출을 유도하는 것은 단기적 수익에는 기여하지만, 장기적 신뢰에는 해롭다. 특히 미성년자 대상 콘텐츠에서 가변 보상과 매몰 비용 메커니즘의 활용은 법적·윤리적 리스크가 높다. '중독적으로 재미있는' 콘텐츠와 '착취적으로 중독성 있는' 콘텐츠의 경계를 인식하고, 전자를 지향해야 한다.
한계
이 분석은 NPC 스트리밍의 외부 관찰과 플랫폼 공개 데이터에 기반한다. 핑키돌의 실제 수익이나 TikTok 라이브의 구체적 알고리즘 가중치는 비공개다. 또한 NPC 스트리밍은 특정 크리에이터의 퍼포먼스 능력에 크게 의존하며, 모든 브랜드나 크리에이터가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NPC 스트리밍의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은 기존 심리학 연구(행위 주체감, 가변 보상, 매몰 비용 등)의 유추적 적용(analogical application)이며, NPC 스트리밍 자체를 대상으로 한 통제된 실험 연구는 아직 부재하다. 이 메커니즘들이 NPC 스트리밍의 맥락에서 실제로 어떤 상대적 중요도를 갖는지는 향후 실증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분석은 2023-2024년의 NPC 스트리밍 현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후 NPC 스트리밍의 형태, 플랫폼의 정책, 사용자의 반응이 변화했을 수 있으며, 현시점에서의 유효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Arkes, H. R., & Blumer, C. (1985). The psychology of sunk cos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35(1), 124-140.
- Arthur, W. B. (2009). The Nature of Technology: What It Is and How It Evolves. Free Press.
- Bandura, A. (1977). Self-efficacy: Toward a unifying theory of behavioral change. Psychological Review, 84(2), 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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